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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69.서리
아침에 창을 여니 세상이 하얗다. 서리가 내렸다.
조용하고도 단단한 반짝임. 은빛으로 빛나는 세상이 드물게 신비하다. 아랫마을 강가를 따라선 물안개까지 맘껏 피어올라 하늘과 땅 구별이 없어지고, 하늘과 닿은 땅이 푸르고 맑다.
산과 들판을, 겨울 나무와 콩단과 짚가리를 새롭게 세우는 특이한 손길, 비쩍마른 가시나무 가시 끝에도 은빛 꽃이 이어났다.
그 정교한 무늬.
개나리, 산당화, 쥐똥나무
일찍 찾아온 찬 날씨에도 고집스레 푸른 잎 꺾지 않던 마당 안 나무들이 어느샌지 서리에 진다. 하기야 저토록 조용한 감쌈을 어찌 이길 수 있으랴.
소리 없이 있어야 할 곳으로 모두를 돌리는 이 아침, 막 퍼져나는 첫 햇살이 흠칫 몸을 떤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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