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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제 각각 세상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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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94.제 각각 세상


물난리 지나간 뒷모습은 참으로 참담했다.
강가를 따라 그림처럼 펼쳐진 기름지고 널따란 밭들은 이미 밭이 아니었다. 김장무, 배추, 당근 등 파랗게 자라 올랐던 곡식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수북한 모래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흙이 다 떠내려가 움푹 파인 자리에 뼈처럼 흰 돌들만 드러난 곳도 적지 않았다. 미끈하게 자라 올랐던 미루나무들도 어이없이 쓰러져선 깃발처럼 폐비닐만 날리고 있었다. 쉽게는 치유되지 않을 깊은 상처였다.

부론에 다녀오다 보니 강가를 따라 난 도로변에 왠 차들이 기다랗게 줄라래빌 서 있었다. 수해복구의 손길이 이곳까지 미쳤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반가운 마음으로 차창 쪽으로 바싹 당겨 앉아 내다보니 웬걸, 강가 그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돌 줍는 사람들이었다.
된 장마가 지나가고 더군다나 밭도 뒤집혀 숨어있던 돌들까지 드러났으니 돌 줍는 사람들로서야 얼마나 호기랴, 이때를 놓칠 새라 죽음 있는 곳 독수리 몰리듯 몰려든 것이었다.
돌 줍는 고상한 취미를 탓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만 물난리로 농사 망치고 이제 시작해야 할 농사도 어렵지 싶어 겹시름에 잠긴 농민들 두곤 자가용 타고 와 돌이나 줍는 일은 취미 아닌 추태였다.
돌짝밭으로 변해버린 밭을 예쁜 돌 찾아 밟을 때 거기 자갈처럼 누운 농민들 마음 한께 밟는다는 걸 그들이 알 턱이 있겠는가?


지난 주 수원에 갔을 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공장지대에서 어렵게 목회하고 있는 친구였다. 친구는 제법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수재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교우들끼리 모은 헌금이라 했다. 나도 잘 아는 그 교회 형편에 비해선 상당한 액수였다.
사글세방에 살고 있는, 역시 작지만 물난리를 함께 당한 어떤 부부는 농사거리 읽은 단간 소식을 듣곤 결혼반지를 꺼내 바쳤다. 밤잠을 못 이룬 친구가 다음 말 반지를 돌려주러 갔을 때 기쁨으로 드린 것이니 정승으로 받으시란 말만 들어야 했다.
그 얘기를 듣는 교우들 눈가에 눈물이 젖었다.
어쩜 세상은  이렇게도 제각각인지.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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