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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빈집 빈 바루에 앉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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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79.빈집 빈 바루에 앉아


올려달라는 전세금 50만원이 없어 가족과 함께 죽음을 택하며 남긴 한 가장의 유서를 읽으며 차오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합니다. 그는 하나님 앞으로도 마지막 기도를 남겼습니다.


<좋은 교회 훌륭한 목사님을 만났으나 은혜 받을 그릇이 준비되지 않아 이 죄인은 생을 마감합니다.
주택문제로 고민하는 가난한 성도들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그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처자식을 동반하여 생을 마감하는 이 죄인, 주님의 뜻대로 하옵소서.>


죽음을 택하면서도 일체 불평이 없는 그의 기도 속엔 얼마만 한 아픔이 담긴 것인지요. 그가 사랑하는 아우에게 남긴 글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재삼 부탁하건데 부모님 불쌍히 생각하며 잘 모셔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잘 보살펴 드리기 바란다. 저 세상에서나마 너의 잘됨을 기원하마.>


어느 덕망 높은 분은 신문의 커다란 지면을 통해 “그런 죽을 각오로 살면 잘 살텐데 나약하게 죽었다.”고 그의 죽음을 꾸짖고 있지만 아마 그분은 자가용 차고 까지 있는 널찍하고 좋은 자기 집에서 사는 분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 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아픈 생채기에 맨 소금을 붓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집 문제로 아픔을 겪는 일들을 생각하며 같이 마음이 아픈 건 이곳 단강을 떠나 사는 마을 사람들 때문입니다. 그들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생활을 하며, 혹은 운전을 하며 근근히 버는 돈 일텐데 그동안 전세금이나 사글세금이 얼라 얼마나들 고생을 했을까, 마음이 그리로 가는 까닭입니다.
이백만원의 농협 융자를 받아 도시에 나가 살림을 차린 아들 전세값으로 부치는 한 어머니의 떨리는 손길을 얼마 전 보았습니다.


또 하나 마음이 아픈 건 농촌의 빈집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치솟는 집들엔 누가 사는 것인지, 도시엔 집이 모자라 등 터지는 고생인데 농촌은 어디라고 썰렁한 빈 집 하나 둘 느는 것인지, 도깨비굴 같은 폐가, 망초대만 키우는 것인지. 그나마 그렇게 빈집으로는 가슴 밟듯 그럴싸한 별장이나 들어서는 것인지.
이 땅에 집 없어 하늘로 집 옮긴 아픔 한 자락 안고 휘 둘러보는 마을의 빈집들. 수북한 먼지 위 송화가루 곱게 쌓인 빈 집 빈 마루에 앉아 꾸역꾸역 차 오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합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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