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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33. 배일치
굽이굽이 고개를 돌아 영월로 들어서는 마지막 고개 위에 섰다.
이른바 배일치(排日峙)고개.
작은 비(碑)에 배일치의 유래가 적혀 있다.
<배일치(排日峙)
이곳은 단종께서 논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 유배길에 넘으신 고개다.
귀양지는 가까워 오고 귀향살이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이 고개에서 서산에 지는 해를 향하여 절을 하면서 장차의 운명을 기원하였다 하여 배일치라고 부르게 됐다.>
때마침 해 어스름, 그때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비(碑)도 비였지만, 그 옆 동그란 돌맹이에도 눈이 갔는데 돌맹이에는 ‘옛 오솔길’이란 글과 함께 화살표가 새겨져 있었다.
어둠이 깔리는 소나무 숲으로 작은 길이 나 있었다. 새로 난 도로에 밀려 인적 끊겼을 그 길.
언제라도 한번 다시 찾아 걷고 싶은 충동.
작은 것까지 잊지 않고 아껴 지키려는 영월민들의 마음이 높고 아름다웠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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