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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고픈 얘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7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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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88.고픈 얘기


수요예배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부엌문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가보니 광철씨였다.
작실분들과 돌아가다가 다시 내려온 것이었다.
“왠일이예요 광철씨?”
“지난 번 가져다 드린 밤 잡수셨어요?”
밤이며, 땅콩이며, 호박이며, 광철씨는 늘 그렇게 먹을 걸 전하려 애를 쓴다.
예배시간 이따끔씩 제단에 놓이는 들꽃도 광철씨 손길이다. 그게 광철씨 믿음이요 사랑이다.
들꽃을 꺾어, 밭 뙤기 호박을 심어, 남의 집 일하곤 한 줌 땅콩을 얻어 못 드리는 헌금 대신 드리는 광철씨, 가장 가난하고 가장 깨끗한 드림이다.
광철씨는 밀린 얘기를 했다.
불쌍하다 여길 뿐, 아무도 그의 얘기 귀담아 주는 이가 없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장례 치러주어 고마웠고, 장사날 밥이라도 제대로 드셨는지 모르겠다고, 엄마만 안 돌아가셨으면 곧이어 다가온 아버지 환갑엔 전도사님 모시고 예배를 드리려고 했었다고, 엄마가 그러자고 몇 번이나 얘기하곤 했었다고, 올핸 호박을 제대로 못 심어 호박도 많이 못 따다 드렸다고, 일 안 가면 밤이라도 많이 줏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난 여름 지방산상집회때 가나안 농군학교에 갔던 일 좋았다고, 내년에도 또 하면 또 가고 싶다고....
정말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들어주는 이가 없는 광철씨. 얘기가 고팠던 것이다. 무지무지 고팠던 것이다. 
전도사는 그래도 내 애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가던길 되돌아 내려온 것이다. 더듬더듬 어쩌면 토하듯 끄집어낸 얘기들.
한 줌 작은 삶.
왠일인지 가슴이 떨려 안으로 졸아들고, 울컥 전신에 눈물 시내처럼 흘러 광철씨 얘기를 듣는다.
그래, 대책없더라도 듣자, 듣기라도 하자.
말간 슬픔.
떨리는 가슴, 눈물 외엔 받을 길 없는 바보같이 여린 삶.
그렇게라도 지키자.
하얀 달빛 밟으며 몇 번씩 인사하고 다시 작실로 오르는 광철씨.
야윈 몸 불안한 걸음새를 두곤 잔뜩 눈이 흐려 꽁꽁 그렇게 마음 속 다짐을 한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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