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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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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6.갈라진 손
작실속 속회를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 이식근 성도는 손이 갈라져 일이라며 손을 내 보인다.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겨울만 되면 발바닥이 갈라지는, 나도 건성피부인지라 그런 것이겠지 싶었는데, 나오면서 마주잡은 손은 그게 아니었다.
손 전체가 허옇게 일어난 것도 그랬지만, 그보다 심한 것은 손마디가 제법 깊게 패인 것이었다.
손 마디가 보기 흉할 정도로 패여 있었다.
“글쎄유. 아마 농약을 줘서 그런가 봐유.”
특유의 느린 사투리로 말하며 왼 손과 오른 손을 비교한다.
오른손에 비해 왼손은 그래도 나았다.
농약이 묻은 오른 손에 비해 왼 손은 펌프질만 하면 됐을 테니까.
“같이 한번 약을 알아보죠.”
그렇게 말하고 헤어졌지만, 한 주일이 지나도록 난 약을 알아보지 못했다. 게으른 탓이기도 하지만, 갈라진 게 어디 손 마디 뿐이랴 싶은, 온통 생의 마디마디 손마디처럼 갈라졌을 텐데, 거기 무슨 약이 소용 있을까 싶은 체념어린 안스러움에....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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