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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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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2.숨은 아픔
김을순 집사님이 고추를 따다가 쓰러지신지도 벌써 두 주일이 지났다. 교역자 산상집회에 다녀오니 기다리고 있는 건 또 어둔 소식. 지금순 집사님의 남편 되시는 변학수 성도님이 뱀에 물려 입원중이다.
김집사님은 뜨거운 뙤약볕 밑에서 일하다 쓰러지셨다. 별로 건질 것 없는 고추를 마저 따다가 그만 쓰러진 것이다. 지금은 공장에 나가 있던 딸이 공장을 그만두고 돌아와 시중을 들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마을 사람 대부분이 그러하듯, 집사님은 남편과 함께 두 분이 생활을 하셨다.
두 분이 생활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식사문제다. 대강 때우거나 건네기가 일쑤다, 대가가 따로따로 일을 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 혼자 밥을 차려 먹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식 있을 땐 자식을 위해서라도 끼마다 상을 차렸지만, 자식 모두 떠나고 난 뒤엔 그렇질 못하다. 찬밥 물에 말아 훌훌 넘기기도 하고, 정 속이 허하지 않으면 한 끼 쯤 그냥 굶고 마는 것이 보통이다,
귀찮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텅 빈 집안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것. 어쩜 그렇게 홀로 임을 확인해야 하는 시간이 내심 싫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 집사님도 그러셨다. 소식 듣고 놀라 달려온 딸은 말씀 못하시는 어머니 손을 잡고 눈물 속 후회를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의 삶이 있고, 또한 때가 있다. 곧 결혼을 해야 할 나이이다.
변학수 성도님, 논둑 길을 깎고 돌아오는 길, 보니 논 한 가운데 피가 나와 있었다. 누렇게-그 탐스런 빛깔!- 익어가는 논 한 가운데 삐져나온 피는 비록 한 개라 해도 농부의 눈엔 좋을 거 없다. 피를 뽑으러 들어가던 중 발이 따끔해 보니 뱀이 문 것이다. 신고 있었던 게 슬리퍼였기에 엄지 발가락을 깨물린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더 없이 평화로운 마을. 그러나 눈물도 사연도 많다. 느는 건 안타까움 뿐, 가 닿지 못하는 빈 가슴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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