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489. 순명의 삶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489. 순명의 삶

 

원주로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막 신작로에 접어들고 보니 변관수 할아버지가 저만치 앞에서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10여년 함께 지낸 덕에 대강의 걸음새만 보아도 누가 누군지를 짐작 할 수 있지만 변관수할아버지는 더욱 그렇습니다. 

길을 걸을 때 할아버지 몸에서 제일 높은 곳은 머리보다는 굽은 허리지요. 할아버지 옆에 차를 세우고 행선지를 물었습니다. 마침 귀래를 가신다 하여 차로 모셨습니다. 

“아유, 고마워유” 

이가 다 빠져 함몰되듯 오무라진 입으로 환하게 웃으며 할아버지는 인사를 하며 차에 탔습니다. 

차에 탄뒤 문을 닫는데 ‘쾅!’ 문 닫는 소리가 여간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문짝이 부서져라, 문을 닫았습니다. 이따금씩 마을 노인분들을 차로 모셔보면 대개는 문을 되게 닫곤합니다. 

아마 몇 번은 문이 덜 닫혔다는 핀잔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근력이 약해진 것은 스스로도 아는 일인데, 근력이 약해서 문까지 제대로 못 닫게 되었나, 그 뒤부터는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닫다 보니 일이 그렇게 되었을 것 입니다. 사실이 어떤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해합니다. 

“할아버지, 의료봉사 나온 곳에 치료 받으러 안 가세요?” 마침 서울 정동교회에서 단강초등학교로 의료봉사를 나와 있던 때라 학교에 들려 치료를 받으시면 좋지 않을까 여겨졌습니다. 

“에이, 이젠 죽을 때가 다된 걸유” 할아버지의 대답은 쓸쓸한 듯 담담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했습니다. 

“올해는 어떤 농사 지으시나요?” 다시 한번 여쭙자 “뭐 논에 벼 쪼금하고 밭농사 쪼끔하고죠 뭐.” 할아버지는 자식처럼 여기는 논이 있습니다. ‘자식처럼’이란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해마다 확인하고 합니다.

“올해도 농사 지으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건강이 염려되어 여쭸습니다. 치료받는 일을 스스로 포기할 정도로 많이 연로하셨는데, 할아버지의 의중이 궁금했습니다. 

“농사야 죽을 때 까정은 져야죠.” 할아버지의 대답은 어려울 것도 망설일 것도 없었습니다. 농사란 죽을 때까지 짓는 것이라 했습니다. 

순명한 삶! 문득 옆에 앉으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환했습니다. (얘기마을199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2 한희철 930. 수탉 한희철 2002-01-02 4386
771 한희철 585.좋은 기술자 한희철 2002-01-02 4386
770 한희철 207.새 술 한희철 2002-01-02 4386
769 한희철 147.무심한 사람들 한희철 2002-01-02 4386
768 한희철 117.사는 게 이런 건데 한희철 2002-01-02 4386
767 한희철 861.메뚜기 한희철 2002-01-02 4386
766 한희철 292.약속을 지킨 종순이 한희철 2002-01-02 4386
765 한희철 72.숨은 아픔 한희철 2002-01-02 4386
» 한희철 1489. 순명의 삶 한희철 2002-01-02 4386
763 한희철 1184. 너 몇 살이니? 한희철 2002-01-02 4386
762 한희철 660.때 지난 빛 한희철 2002-01-02 4386
761 한희철 1183. 담배 바치는 날 한희철 2002-01-02 4386
760 한희철 644.수탉을 배우자 한희철 2002-01-02 4386
759 한희철 215.생명의 향내 한희철 2002-01-02 4386
758 한희철 476.성지 한희철 2002-01-02 4386
757 한희철 998. 의자를 만드는 즐거움 한희철 2002-01-02 4386
756 한희철 1331. 고추 잠자리 한희철 2002-01-02 4386
755 한희철 1271. 덕은리 가게 한희철 2002-01-02 4386
754 한희철 757.떠나가는 손 한희철 2002-01-02 4386
753 한희철 743.봄(2) 한희철 2002-01-02 4386
752 한희철 266.사탄아 물러가라! 한희철 2002-01-02 4386
751 한희철 1507. 금식 헌금 한희철 2002-01-02 4386
750 한희철 1215. 사랑해요. 한희철 2002-01-02 4386
749 한희철 635.어떤 하루 한희철 2002-01-02 4386
748 한희철 424.쉬운 삶 한희철 2002-01-02 4386
747 한희철 175.부모사랑 한희철 2002-01-02 4386
746 한희철 1482. 찬바람 부는 겨울밤에 한희철 2002-01-02 4386
745 한희철 517.병 한희철 2002-01-02 4386
744 한희철 1384. 모내기 한희철 2002-01-02 4386
743 한희철 249.영원의 의미 한희철 2002-01-02 4387
742 한희철 727.가을 들판 한희철 2002-01-02 4387
741 한희철 450.고추 싹 한희철 2002-01-02 4387
740 한희철 1488. 작은 친절 한희철 2002-01-02 4387
739 한희철 658.쓰러지는 법 한희철 2002-01-02 4387
738 한희철 1360. 어느날 한희철 2002-01-02 438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