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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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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47. 아득한 거리
마을에 장례가 있던 날, 원주 시내에 살고 있는 분이 들어왔다. 단강이 고향인 그분은 상을 당한 가족과 친척간이었다. 궂은 일을 묵묵히 돌보는 모습이 인상적인 분이었다.
같이 저녁을 먹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야 장례를 통해 알게 된 분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온 고향사람이었다.
사업은 잘되냐고 마을 사람들이 물었고 그분은 덕분에 먹고 살만큼은 된다고 대답했다. 원주에서 중고차매매업을 하고 있었다.
그분은 주변에 둘러앉은 마을사람들에게 자기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한 달 순수익은 약 천오백만원, 직원 봉급등 경상비를 제하면 절반쯤 남을 뿐이라 했다. 얘기를 듣던 마을 사람 중 한사람이 천오백이면 우리네 일년농사 지은것 다 합쳐도 만질 수 없는 돈이라 했다.
천만원이란 돈은 농협에 빛으로 있을 뿐 농사져서 만질수는 없는 돈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원주에서 온 분은 원주 시내에 마련한 삼층짜리 집이며 그동안 모은 재산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좀 더 일찍 나갈 걸 그랬어. 여기 있어봤자 마냥 그 타령이었을거 아냐, 조금 더 일찍 나갔으면 그만큼 더 기반을 잡았을 텐데. 그게 후회되. 그치만 그만큼이 내 복이지, 뭐.”
좀 더 일찍 시내로 농사를 그만두고 나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과 여전히 남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
나가 사는 사람의 삶의 규모와 남아 있는 사람의 삶의 빛깔,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놓인 아득한 거리. 붓고 또 붓고 하는 술잔만큼이나 가슴속에 켜켜 쌓인 생의 아픔과 상처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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