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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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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12. 씨아
원주를 다녀오다 양안치 꼭대기에 있는 휴게소에 들렀더니 뭐 신기하게 생긴 물건이 있다.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기구인데 처음 보는 것이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목화씨'를 빼내는 기구란다. 목화가 이 땅에서 사라진 지 얼마인가, 어릴적만 해도 목화가 꽤 있어 탱탱하게 몽우리진 목화를 단맛을 위해 따먹곤 했는데 이젠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게 되고 말았는데.
오래전 유물처럼 놓여 있는 목화씨 빼는 기구가 신기해 보였다. 어느날 몇몇 교우들과 차를 마시다 매지 휴게소에서 본 목화씨 빼는 기구 이야기를 했더니 “아, 쐐요, 그거 우리마을에도 있어요” 그러는 게 아닌가. 목화씨를 빼내는 ‘씨아’를 이곳에선 ‘쐐’라 부르고 있었다.
알고보니 아랫작실 권철이네와 호기네가 지난해 까지만 해도 목화 농사를 지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까지라니? 이 땅에서 목화가 자취를 감춘 것이 오래전 일로만 알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목화 농사를 지었다니, 그 말이 잘 믿어지질 않는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권철이 어머니를 만나 얘길 들어보니 정말 지난해까지 목화씨를 갈았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막내딸 시집보낼 때 목화솜 이불 해주고 싶어서였던 것이다. 당신이 손수 농사지은 목화로 솜을 틀어 시집가는 딸 이불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가볍고 따뜻한 별별 좋은 이불들이 많아 뒤켠으로 밀리다 이젠 아예 사라지고 만 목화솜·이불 그래도 이 땅 어머니 몇 분은 시집갈 딸을 위해 목화씨를 지우지 않고 해마다 갈고 갈다가 마침내 정성스레 이불을 만들어 시집가는 딸에게 목화솜 이불을 해 주었던 것이었다.
그 정성과 사랑이 얼마인가. 포근한 목화솜 이불을 덮을 때마다 어머니가 전해주신 고마운 사랑 얼마나 따뜻하게 전해져 올까.
얘기를 듣는 이의 마음까지를 따뜻하게 하는 이 땅 어머니들의 가없는 사랑.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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