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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 은총의 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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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58. 은총의 밤

 

‘부엌 부지깽이도 나서야 한다’는 가을 걷이의 계절이다. 벼도 베어야 하고 벤 벼를 타작하고 타작한 벼를 말려야 한다. 비가 오면 덮어야 하고 해가 나면 걷어야 한다. 

콩이며 팔, 밭작물에도 손이 모자란다. 무도 뽑아야 하고, 고구마도 캐야 하고, 깨도 털어야 하고... 무서리가 내리기 전까진 시간이 많질않다. 

벌써 부는 바람이 차고, 어떤 날엔 얼음까지 얼지 않는가. 그런데도 갈수록 해까지 짧아지니 몸보다도 마음이 더 바쁘다.

수요저녁예배. 모처럼 교우들이 많이 모였다. 작실서도 내려오고 섬뜰서도 오고 끝정자에서도 올라왔다. 일철 나서곤 저녁예배가 허전하곤 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많은 교우들이 모였다. 

그래야 열대여섯명, 모두들 지치고 파곤한 모습들, 그래도 우린 큰 기쁨으로 모처럼 생기 넘치는 예배를 드렸다. 하루종일 들에서 밭에서 된 일을 하고 축 축 처지는 몸이지만 주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예배당을 찾은 교우들. 

아, 내가 전할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이 있다면 남김없이, 무엇하나 남김없이 모두 전하고 싶은 기쁘고 마음 더운 은층의 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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