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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94.말의 사회성.
어느날 놀이방에서 잘 놀던 재성이가 ‘엉엉’ 울음보를 터뜨리며 놀이방 문을 박차고 나온다. 재성이가 들으면 속상하겠지만 녀석의 울음은 재미있다. 막힘없이 울어대는 소리하며 표정까지 웬지 시원하다.
“재성이 왜 그러니?” 한껏 안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규성이 헝아가 나한테 ‘너’라고 그랬어요.”
“뭐라구?” 아무래도 대답이 이상해 다시 물었더니 “나더러 ‘너’라구 그랬단 말예요.”
커단 소리로 대답하며 또 다시 그 막무가내의 울음보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형이 동생을 ‘너’라 부른것이 뭐가 이상해 재성이는 울음을 터뜨렸을까, 알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의 시작은 규민이였다. 아니 ‘소리’인지도 모른다. 소리는 규민이가 누나인 자기한테 ‘너’라 부르는걸 용납하지 않는다. 불쑥 ‘너’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때마다 규민이는 항변을 한다. “누나는 나더러 ‘너’ 라구 그러잖아.”
누나는 왜 동생인 자기한테 ‘너’라고 하면서 자기는 왜 누나한테 ‘너’라 하면 안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누나가 자기한테 ‘너’라 할 때 마다 그게 억울한지 엄마에게로 달려와 누나가 자기한테 ‘너’라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직 존대와 하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탓이다.
“누나가 나한테 ‘너’라구 그랬다” 억울함이 덜 풀릴때면 규민이는 놀이방 친구들 한테까지 그 얘기를 했고 그런 뒤로 놀이방에선 ‘너’라는 말이 아예 욕이 되어버렸다.
재성이가 울음보를 터뜨린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말의 사회성!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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