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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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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81. 신기한 것들
언젠가부터 신기하게 여기는 것이 내겐 몇 가지 있다.
총과 계산기 그리고 포크레인이 그것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발사되어 사람을 죽이다니 그토록 단순한 힘에 그처럼 무서운 파괴력을 지니다니 총을 볼 때면 두려운 마음이 들곤 했다.
계산기도 그랬다. 몇 더하기 몇은 물론 곱하기, 나누기 심지어 루트 까지 아무리 어려운 것을 눌러도 모든 답을 다 외고라도 있는 듯 척척 답을 대는 계산기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기했다.
또 하나가 포크레인이다. 그 커다란 기계가 마치 사람이 밥숟가락 질을 하듯 마음대로 움직이며 일을 하니, 어떻게 저런 기계를 다 만들었을까, 그런 상상력에 감탄이 앞서곤 했다.
감탄할 물건이 다시 한가지 생겼는데 다름 아닌 컴퓨터다. 난 아직 컴퓨터를 제대로 다룰 줄을 모른다. 제대로라는 말보다는 ‘전혀’라는 말이 맞을거다. ‘기계치’라는 말이 있다면 그게 날 두고 하는 말일 만큼 난 영 기계하곤 거리가 멀다.
그렇게 서툰 눈으로 보기에도 컴퓨터는 신기한 물건이다. 작은 철통 안에 그토록 많은 정보를 보관하고 있고, 누르기만 하면 척척 말도 잘 듣는다. 원고를 쳐서 보관하라면 제가 보관하고 다시 보여 달라고 하면 보여 준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친구가 와서 익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만지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컴퓨터는 깡통이라던데 대단한 놈이 앉아 있는 것만 같다.
하루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책상 옆에 있는 컴퓨터 위로 거미가 한 마리 지나갔다. 저게 무슨 거미일까, 신기하게 생긴 거미였다.
온통 다리뿐인 듯한 모습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고 길다랗게 늘어진 다리에 몸통이라고는 그저 점하나 찍힌 듯한 모습. 다리가 길다란 실이라면 몸통은 그저 실을 묶어 생긴 매듭정도 밖에 안되는 기이한 형체의 거미가 천천히 컴퓨터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어쩌나 볼려고 슬쩍 건드려 보았더니 거미는 이내 방향을 바꿔 컴퓨터 뒷쪽으로 내빼고 말았다. 어이없을 정도로 작은 몸통에서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래도 다리에게 명령을 내려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놀라운 능력.
사라진 길다란 다리의 한 마리 거미 앞에 문득 왜소해지고 마는 컴퓨터.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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