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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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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29. 구두 수선공 할아버지
신고 다니는 랜드로바 신발 한쪽이 조금 찢어졌다. 끈을 매는 대신 서로 붙였다 떼다 하는 (찍찍이라 하던가) 신을 조이는 부분이었는데 강아지의 장난으로 찢어지고 말았다.
신 고치는데야 여기저기 많지만 일부러 한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원주시청으로 올라가는 길목 입구. 그러니까 김영준 산부인과 맞은편에 있는 수선집이다. 두 평도 채 안 될 것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 할아버지가 신을 고치는데 언젠가 한번 들렸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구두 수선비로 500원인가를 받았던 걸로 기억된다. 얼만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특별하게 느껴질 만큼 아주 싼 값이 었다.
찢어진 랜드로바를 이렇게 저렇게 살피신 할아버지는 신발 덮는 부분을 다 떼어내 가죽을 대고 꿰맨 뒤 다시 달아야 할 것 같다시며 신발 고칠 과정을 내게 설명해 주었다.
좋을대로 하시라는 동의를 얻고서야 일은 시작되었다. 무척 마르고 꽤나 연로해 보이시는 할아버지, 재봉틀을 돌릴 때는 이가 없어 허전해 뵈는 입을 연실 합죽합죽 해가며 돌렸는데 마치 합죽합죽하는 힘에 의해 재봉틀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위질도 하고 본드도 붙이고 재봉질도 하고, 제법 많은 할아버지의 손길을 빌어 신이 다 고쳐졌다. 찢어진 뒷부분에 가죽을 새로 대니 오히려 처음보다도 더 튼튼해 보였다.
“칠백원 주쇼.” 수선이 끝난뒤 수선비를 물었을때 할아버지는 칠백원을 달라 했다. 그 말이 다시 한번 신선하게 들렸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왠만한 일에도 몇 천원이 예사인데 구두를 공들여 수선한 할아버지의 수선비는 칠백원이었다.
다음에 구두 고칠 일이 있으면 난 또 그 할아버지를 찾아갈 것이다. 싼값 때문만은 아니다. 돈의 가치를 노동의 신성함을 옆에서 지켜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 가난한 할아버지가 언제까지 그 자리를 지키실 수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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