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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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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90. 교회 변소의 똥
교회 변소의 똥을 펐다. 변소가 차올라 위생공사에 연락을 했더니 분뇨차가 왔다. 지난번에 비해 일찍 변소가 찬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는 뜻일까. 일하는 아저씨를 도와 일을 거들었다.
아저씨가 혼자 왔다. 냄새도 그렇고 손에 튀는 물들도 그렇고 편치는 않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 몸에서 나온 것, 그저 일하는 아저씨와 같이 일을 거들었다. 똥을 다 푼 다음에 아저씨께 차 한잔을 대접했다.
어쩌면 똥 푸는 아저씨나 쓰레기 치우는 아저씨들이 가장 훌륭한 일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집안으로 들어오시란 말을 아저씨는 옷을 이유로 들어오지 않았다. 괜찮다고 권했지만 아저씨는 끝내 바깥에서 차를 마셨다.
“커피 참 맛있네요.” 아저씨는 커피잔 손잡이를 다른 손으로 닦으며 인사를 했다. 실비가 흩뿌리는 날씨지만 왠지 모를 정겨움이 있었다.
“얼마죠?” “5만원만 주세요. 아주 싸게 해주는 겁니다.” 아저씨께 인사하고 돌아와 아내에게 지난번 비용을 물었더니 칠만오천원 이었단다. 그것도 싸게 해달라 사정해 정해진 값이었단다.
혼쾌한 동참을, 거리감 없는 다가섬을 아저씨 또한 한껏 고마움으로 받아준 셈이었다. 꼭 값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일에도 정을 주고 받은 것 같아 훈훈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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