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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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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64. 건파
신작로 옆 논에서 할아버지가 일을 하고 있었다. 물꼬를 터 조금씩 흘러 들어오는 물을 손으로 벼들에게 끼얹어 주고 있었다.
화초에게 물 주듯 모한테 물을 끼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고하시네요"
인사를 하며 보니 논의 벼들이 달랐다. 듬성 듬성 돋아난 것도 그렇고 논에 물이 고여 있지 않은 것도 그랬다.
“할아버지 벼가 다르네요?” 여쭸더니
“예, 이게 건파라는 거예유. 언젠가 어딜가다 들으니 건파를 하니까 병충해두 들하고 수확도 많이 나드라구 그러잖아유. 그래서 나도 한번 해봤지유.”
마른 땅에 볍씨를 심어 키우는 것을 건파라 한다. 허리가 굽을 대로 굽어 그냥 걷는 모습조차 위태하게 보이는 할아버지가 시험 삼아 건파로 벼를 기르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죠?”
난 참 신기한 마음으로 물었다.
“일혼 다섯이예유, 늙을 만큼 늙었지유. 그래도 죽을 때 까정은 배워가며 해야지유”
해마다 반복되는 일들, 젊은 사람도 생각하기 힘든 일을 백발의 할아버지는 하고 계셨다. 나이완 상관없이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할아버지, 난 정말 마음으로 부터 할아버지에게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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