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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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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60. 할머니의 세월
길에서 만난 허석분 할머니의 얼굴이 무척이나 수척했다. 보건소로 약 지러 가는 길이었다.
나중에 할머니네를 찾아 기도하고 나오는데 할머니가 조심스레 입을 여신다.
아랫집 김천복 할머니도 아프니 잠깐 들려 기도해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김천복 할머니네를 들렸더니 할머니는 아예 자리에 누워있었다. 눈이 십리는 들어가 있었다. 그러기를 삼일째였다. 아무것도 못 먹다가 겨우 그날 아침에 죽을 한술 떴다는 것이다.
“아니 할머니, 이렇게 아프시면 진작 얘기를 하셨어야죠?” 화가 나서 말했다.
“참다 참다 더는 못참겠어서 어제 저녁에 보건소장님더러 오시라 하여 주사를 맞았어요. 보건소장님이 목사님께 말씀드린다는 것을 제가 말렸어요.”
얘기 안 할 일이 따로 있지, 혼자 사는 할머니가 저리 아프시다 어쩌려고,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괜히 아시면 목사님 속만 상할까봐요 가뜩이나 바쁜 분이."
할머니는 자신의 몸이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면서도 괜히 바쁜 목사에게 폐가 될까 봐 알리지를 않고 꼼짝없이 누워만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다 내가 바쁜 목사가 됐을까? 송구함과 부끄럽에 할 말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나갔다. 빈혈, 위염, 담석증, 방광염. 척추염좌증. 백 일기 원장님이 적어준 검사 결과에는 여러개의 병명이 적혀 있었다. 이제 곧 여든이 되는 할머니의 몸은 어디 제대로 성한 곳이 없는 셈이었다.
그중 빈혈이 마음에 걸렸다. 말이 좋아 빈혈이지 어쩜 그건 영양실조일지도 모른다. 누가 있어 할머니 조석을 챙겨 드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에서 쉬는 것도 아니어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마루에 앉아 쟁반위에 짠지 하나 놓고 찬밥 물에 말아 끼니를 때울 때도 많지 않은가.
2개월 정도 치료하면 될 거라고 원장님은 그랬지만, 이제껏 그리했듯 별 뾰쭉한 대책이 없는 할머니의 세월. 할머니의 빈혈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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