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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33.상처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 싶어 저녁 해 어스름 강가로 나갔다.
모질게 할퀸 상처처럼 형편없이 망가진 널따란 강가 밭, 기름진 검은 흙은 어디로 가고 속뼈처럼 자갈들이 드러났다.
조금 위쪽 밭엔 모래가 두껍게 덮였다.
도무지 치우가 불가능한, 아물 길 없는 깊은 상처들.
한참을 강가 밭에 섰다. 주르르 두 눈이 젖다.
무심하고 막연한 세월.
왠 인기척에 뒤돌아서니 저만치 동네 노인 한분이 뒷짐 진 채 망가진 밭 서성이신다.
슬그머니 자릴 피한다.
눈물도 부끄럽고 만남은 죄스러워.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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