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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뭘 해도 농사보다 못하겠어요?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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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19.뭘 해도 농사보다 못하겠어요?


버스에서 정용하씨를 만났다. 작은 가방을 어께에 둘러매고 있었다. 용하씨는 요즘 문막농공단지에 취직을 하여 다니고 있다.
기골이 장대한, 작실의 힘쓸만한 몇 안되는 젊은이(30대 중반이긴 하지만)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농사를 그만두고 얼마 전 취직을 했다.
“힘들지 않아요?” 버스에서 내려 같이 들어오며 용하씨에게 물었다.
“할만해요. 근데 딴 건 다 괜찮은데 배고파서 힘들어요. 새참 먹던 버릇이 있어 그런가봐요.”
웃으면 두 눈이 감기는 그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흙 일궈 삼십년 넘게 살아온 사람이 공장에 나가 쇠를 깎는다는 게 어찌 할 만 한 일이겠는가. 어머니 가슴 같은 흙 일구던 손으로 쇳조각 깎아대니 어찌 힘든 게 배고픈 것 뿐이겠는가.
갈림길, 교회로 들어설 때 인사처럼 남긴 용하씨의 한 마디가 날 장승처럼 붙잡았다.
“뭘 해도 농사보다야 못하겠어요?” 빈 도시락 덜렁이는 빈 가방 둘러맨 채 팔자걸음으로 오르는 용하씨.
지게 지고 경운기 끌고 싫도록 오르내리던 작실길.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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