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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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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77.비둘기
산 넘어 산이라고 심 상사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단장의 부대 방문을 앞두고 페인트 칠을 새로 하고 체육시설을 보수하고 길을 단장하는 등 부대 주임상사로서 심상사는 여간 바쁘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사병의 건의로 비둘기 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칫 삭막하기 쉬운 부대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키운다면 여러모로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목공에 재질 있는 사병들을 시켜 멋있는 비둘기집을 지었습니다. 동그란 모양으로 칸칸이 집을 만들어 알맞은 높이로 세워 올렸습니다.
시장에 나가 비둘기 몇 마리를 사 왔습니다. 늘상 모이를 놔 두면 오가던 비둘기가 모이겠지만 사단장의 부대 방문이 얼마 남지 않아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 온 그 몇 마리가 아침이면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저녁때쯤이야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사단장이 왔을 때 비둘기집 근처에 비둘이가 있어야 되겠는데 그러다간 텅 빈 비둘기집 밖엔 보일 것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사단장의 부대 방문 전날 저녁, 고민고민하던 심 상사는 참 기막힌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기막힌 생각은 곧바로 생각에 옮겨졌고 그 생각은 기막히게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비둘기 집을 지날 때 사단장의 칭찬이 대단했으니까요.
그러나 부대의 사병 가운데 사정을 모르는 사병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단장 방문 바로 전날 저녁, 비둘기 날개 죽지는 모두 부러뜨려졌던 것입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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