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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그냥 살다 죽지 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2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232. 그냥 살다 죽지 뭘


-그냥 살다 죽지 이제 살리긴 뭘 살려
세금만 더 낼 텐데.
치화씨 어머니는 호적이 없습니다.
십여 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죽음 이후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치화씨 어머니도 부산 어디 수용소에 갇히는 등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인데 그러는 사이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던 것입니다.
몇 분이 모여 예기하다 그 얘기가 나왔고 얘기의 대부분은 까짓것 그냥 살다 죽지 뭘 죽은 호적을 살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십년 넘어 만에 아들 치화씨를 만나 기구한 삶 오늘에 이어오지만 그렇게 살아도 이 세상 안 산 걸로 돼 있는 치화씨 어머니.
언제 한번 생이 따뜻이 그를 맞아 줘 살 듯 산 적 있었겠냐만, 살아도 안 산, 속해도 벗어난 잊혀진 생이 되고 만 치화씨 어머니.
얘기를 들으며 가슴이 저린 건 우리 생은 어디에 속해 있는 것인지, 내 삶을 살았다 증명해주는 게 주민등록뿐이라면, 그 하나가 우리 생의 유일한 증명이라면 그건 결국 큰 허울 아닌가 싶은 것이었습니다.
살아도 안 산 걸로 돼 있는 치화씨 어머니 얘기를 들으며 난 수없는 우리들 얘기를 같이 들었습니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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