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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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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7. 떠남을 앞두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이렇게 짧은 시간, 아쉽게 만났던 우리들이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삼박 사일.
어찌 보면 긴 시간 같았지만, 뒤돌아보면 한 순간 짧게 접힌,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음을 후회하듯 알게 됩니다. 한 자리에 우뚝 서 우리의 작음을, 그리고 너무도 쉬 흔들림을 말없이 가르쳐 줬던 우뚝 솟은 병풍 같은 앞산.
늘 살아 움직임으로 우리의 굳어짐을, 친구의 말대로 우리 영혼의 비만증을 가르쳐 줬던 시리고 맑은 강물.
제 선 자리 그 어디라 탓하지 않고, 하늘론 키를, 땅으론 뿌리를 키우는 하 많은 나무들.
그 아래 집 짓고 한 식구 하나 됐던 우리, 우리들.
강에서, 산에서, 모래에서, 함께 뛰며 함께 땀 흘린 시간 혼쾌합니다. 그땐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은 모두가 고맙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얘기하던 시간들, 다시 한 번 더 일 수는 없을까 아쉬움 큽니다.
얼굴 가득 흐르는 땀 속에서, 까짓 옷이 아니라 몸뚱아리 구석구석, 거기에 마음까지 흙을 묻히고도 마주보는 서로가 부끄럽지 않았던, 그냥 그 모습 씩 웃어 받을 수 있고, 끌어안고도 싶었던, 그런 부대낌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우리란 말의 속뜻.
그렇게 우리 소중한 서로였다면, 아무것도 아닌 듯 싶었던 내가 네게, 네가 내게 소중했다면, 닫힌 내 마음 열어 줄, 이끼 낀 듯 빗장 걸린 내 마음 열어줄 서로였다면 좀 더 따뜻할 걸, 좀 더 넉넉할 걸, 떠남 앞둔 마음엔 꾸중듣듯 아쉬움 가득합니다.
내리는 빗속, 손들고 노래하며 불 밝혀 몸짓하며 새길 수 있었던 너의 의미.
낯선 곳, 이렇게 함께 한 서로가 보탬말 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소중합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물음, 혹은 엄한 요구.
<이 혼탁한 세대
넌 정말 세류에 휩쓸리지 않아
참이 거짓 이김을
빛이 어둠 이김을
아낌이 미움 이김을 너 정말 믿느냐?
속 좁은 욕심 뛰어넘는, 반복되는 부끄러움 그 너머 의연히 자리한 영원한 생명 믿느냐?
그 생명 앞에 네 삶 하나로 단순해 질 순 없는가
너를 버려 그 생명 품어지킬 절대의 절절함 너 있는가?>
내가 대답할 말은 무엇일지. 언제까지 미룰 순 없는 그 대답은 끝내 무엇일지.
피곤함에도 텐트마다 늦게까지 꺼지지 않던 불빛들.
그 불빛 아래 이어진, 몇 장의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할 얘기, 얘기들. 이젠 모두 거두고 돌아 가야할 시간입니다.
우리를 지켜봐 주신 좋으신 하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젠 떠날 시간입니다.
-원주지방 청년연합수련회 ‘정리의 시간’에 읽었던 글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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