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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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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 어떤 부활절
어렵게 한 주일을 보내고 맞는 부활절이다. 예수가 죽었다가 3일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부활절.
연례 행사 치르듯,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절기, 글쎄 뭘까?
부활란을 먹고, 특별헌금 드리고, 부활에 대한 설교 듣고, 뭐 그렇게 끝나는 날은 아닐텐데.
‘기대가 무너진 그 자리에서’란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농촌의 현실을 인정하며, 오늘 이 농촌에서의 부활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부활후 갈릴리에 나타나셨던 예수는 오늘 이곳 단강엔 어떤 모습으로 찾아와 어떤 말씀을 하실지.
설교 끝나갈 즈음 조용히 문이 열렸고, 생각지 못한 분들이 들어오셨다.
이진영 집사님.
서울 미아중앙교회를 연(緣)으로 만나게 된 늘 형님같이 친근한 분, 그 우직한 성품으로 하여 동화 ‘엿장수 아저씨’의 이미지를 전해주신 분. 웬일인지 반가움보다도 고마움이 앞섰다. 자가용이긴 했지만, 새벽에 떠나셨으리라. 9시에 시작하는 낯선 이곳의 예배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점심을 먹곤 강가로 나가 많은 얘길 나눴다.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엔 분명 받아들이기 어려운 삶의 여건들, 직장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갈등을 얘길 하셨지만, 오히려 난 그 얘기들 속에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보라 마침내 모든 것을 내 발로 딛고 서리라>는 담담한 자신감을, 그리고 <모두들 비웃어 주리라>는 듯 싶은.
집사님의 방문만으로도 내겐 기쁜 부활절이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며 난 맘속으로 집사님에게 물었다.
<집사님, 서울부터 단강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되죠?> (얘기마을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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