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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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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49. 어떤 생일 축하
일전에 아는 선생님을 만나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정말 모처럼 만의 일이었다. 조용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들며 밀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갑자기 뒷편에서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왔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한 눈에도 열댓명이 넘어 보이는 아이들이 식당 한복판에 테이블 서너 개를 연이어 붙여 놓고 둥그렇게 앉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국민학교 4-5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여 학생들이었다. 들뜬 목소리로 박수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제법 큰 식당 안을 제부 우렁차게 채웠다. 노래가 끝나자 “와-”하는 함성과 박수가 이어졌고, 함성과 박수 속에 폭죽들이 연이어 터졌다. 펑,펑 대는 독음과 함께 색색의 색종이가 날렸고 화약 연기가 하얗게 퍼졌다.
뒤이어 선물 전하는 시간. 아이들은 제각각 준비해 온 선물과 꽃다발을 생일 맞은 친구에게 건넸다. 이내 생일 맞은 아이는 선물과 꽃에 묻혔고, 어렵게 테이블 위로 선물과 꽃을 내려놓은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고맙다고 답례를 했다.
점심을 먹다 말고 선생님과 난 그 아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리 보았다. 정말 주책없는 모습으로 넋 나간 듯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그건 우리들만이 아니었다.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고서 식당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생일 잔치를 바라보았다.
모두들 쉽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주변 시선에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잔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짓궂게도 선생님은 지나가는 식당 직원을 불러 저런 일이 자주 있느냐고 물었고, 드물지 않은 일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멀건 미역국을 감사와 감격으로 받았던 어릴적 기억들을 서로를 위로하듯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나는 며칠 전에 지나간 아들의 생일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일잔치와 자꾸만 겹쳐 떠올랐다.
몇 안되는 동네 친구들과 빵과 과자를 나눈 아들놈이 “나 생일선물 하나도 못 받았어.” 아쉬워했을 때 “응, 마음의 선물이 가장 좋은 거야.” 했던 아내, 농촌 아이들이 맞는 생일 모습과 식당안에서 벌어진 생일 모습은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커단 접시에 담겨 나온 양식을 나이프와 포크 익숙하게 놀려 생일축하 음식으로 먹는 식당 한복판의 아이들.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끝내 쉽지 않았던 건 속이 좁은 탓이었을까.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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