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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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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22. 두 만남
서울에 일이 있어 다녀오게 되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일이 있어 피곤했던 터라 기차를 타면 잠을 좀 자야지 하고 탔는데 그게 그렇질 못했다.
원주에서 청량리행 통일호 열차를 타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마침 옆에 앉은 분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디, 일이 있어 가세요?” 나이가 지긋한 남자분이었다. 큰 가방 서너개를 지녀 두 개는 선반에 얹고 그 중 제일 큰 가방을 발 사이에 넣고 있었다.
수염이 꺼칠한 채 피곤해 보이기도 했고 뭔가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이야길 들어 보니 그분은 횡성댐 공사현장에서 목수로 일하다가 몸이 안 좋아져 일을 그만두고 집이 있는 인천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40년간 목수 일을 한, 뵙기와는 달리 일흔이 다 되신 분이었다.
3년 전에 부인과 사별한 이야기. 40년간 해 온 목수일 얘기, 나무와 연장 다루는 법 등 이야기와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오가는 매점 직원에게 한번은 그분이 음료수를 한번은 내가 귤을 사 같이 나눠 먹으며 마치 오랫동안 알던 이를 모처럼 만난 듯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피곤함도 잊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울이 멀지 않았다. 청량리가 다가올 무렵 맞은 편 쪽 서너 줄 앞에 앉은 노인에게 눈이 갔는데, 아무래도 어디선가 뵌 적이 있는 분 같았다. 하얗게 쇤 머리하며 선이 굵은 얼굴 표정하며.... 그분이 누구인지를 짐작해 내는데는 모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우익 선생님. 그분이 쓴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와<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 옵디까>을 귀하게 읽으며, 책 내용과 함께 책 표지와 중간 중간에 실려있는 그분의 사진을 유심히 보았는데 바로 책에서 본 그분이었다.
차가 청량리에 섰을 때 먼저 목수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눴다. 두어 시간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참 좋았고 고마운 만남이었다. 먼저 기차에서 내려 전 선생님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기차가 서기도 전에 서둘러 짐을 챙겨들고 기차 안에서 쭉 줄을 선 사람들을 두고 전 선생님은 혼자 떡 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리면 피울려는지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한대 물고서.
“저, 전선생님 아니신지요?” 맨 꽁찌로 기차에서 내리시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그렇소만, 날 어찌 아소?” 그렇게 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종로서적 뒷골목 허름한 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며 서로의 주소를 적었다. 기차 안에서 만난 목수 할아버지나 또한 우연하게 만난 전 우익 선생님. 고맙고 좋은 만남이었다.
전 선생님 말이 맞았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돼 있지요”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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