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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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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52. 추방
서른아홉, 나이도 나이였지만 돌봐야 될 가족이 있는 가장이라는 것이 그의 떠남을 가장 안타깝게 했다.
언제 보아도 인사를 잘하는 착한 두 딸, 궂은 농사일을 궂게 여기지 않으며 땀을 흘리는 어진 아내, 게다가 노부모님, 그는 그렇게 떠나 선 안될 처지였다.
하지만 어쩌랴. 누가 그 속마음을 알랴.
그는 한밤중 일어나 냉수처럼 농약을 마셨고 그렇게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술로 이기기 힘든 삶의 고통을 그는 그렇게 피했던 걸까, 모두의 마음이 쉽지 않았다.
청파 개울가의 낮은 언덕 스스로 심어 얼마쯤 자라오른 고추들을 서너 고랑 뽑아내고 그는 묻혔다.
우는 엄마에게 매달려 울지마라 울지마라 엄마를 위로하고 엄마 볼에 시내처럼 흐르는 눈물 닦고 닦던 두 딸마져 “아빠-!” 쓰러져 우는 뜨거운 한낮, 포크레인은 그의 몽뚱이 하나를 쉽게 땅에 묻었고, 그는 자기 밭에 흙 한 줌 보태며 거름처럼 묻혔다.
망연히 돌아서는 늙은 아버지의 쓸쓸함. 떠날 수도 없고 남을 수도 없었던 기가 막힌 추방!
덕지덕지 괴로움으로 쌓이는 이 땅의 막막함을 두고, 농약은, 단번에 잡초보다도 더 쉽게 사람을 쓰러뜨리는 농약은 너무도 흔하고 가까이 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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