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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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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97. 은희
은희의 상태가 또 다시 안좋아졌다. 꼭 1년전, 병원에 입원하여 근 두달간 치료를 받고선 다 나았다 싶게 좋아졌던 은희였는데 1년만에 다시 상태가 악화됐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서 추천해 준 한 회사로 취업을 나갔다가 적응을 잘 못하고 이십여일만에 돌아온 것이 은희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어찌됐건 그 일은 사회로 내딛는 은희의 첫 발이었고, 내 딛었던 첫걸음을 그렇게 거두어야 했으니 그 스스로도 무척이나 아프고 괴로웠으리라.
그의 딱한. 딱하기보단 슬픈 집안 얘기를 어떻게 이곳에 하랴. 계속 먹어야 할 약을 챙겨 먹지 않은 은희의 잘못이 있지만 그 일도 탓하고 싶지 않다.
다 나았다 싶은데 약을 계속 먹기가 누군들 쉬웠겠는가. 더군다나 약을 챙겨줄 만한 식구가 은희 곁엔 없지 않았는가.
한 가지 아쉬운 건 한 전도사의 처신이다. 문막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는 그 전도사는 일주일에 한번 부론으로 들어와 자취하고 있는 학생들은 중심으로 ‘다락방 모임’을 인도했는 데, 은희가 약을 먹고 있다는 얘길 듣고선 약은 무슨 약이냐고, 기도로 믿음으로 고쳐야 한다며 남아 있는 약을 모두 자기가 가져갔다는데, 공교롭게도 은희가 약을 안 먹기 시작한 것이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였다.
믿음 안에는 사랑과 책임이라는 것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거늘 때로 사랑과 책임 없이 믿음을, 그것도 뜨거운 믿음을 강조할 때 얼마나 비참하게 인간성이 파괴되고 결국은 비신앙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지.
지금 그 전도사는 은희가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한 사실을 알고나 있을지, 은희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을지, 아니 은희라는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혼란과 단절, 이상한 들뜸 속에 빠져 있는 은희를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혼란과 막막함, 그리고 심한 흔들림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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