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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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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83. 담배 바치는 날
비가 오는 바람에 날이 연기되어 잎담배를 바치는 날이 마침 주일 날이 되었다. 담배 수매하는걸 ‘바친다’고 한다.
지극한 고생과 공을 들인 담배를 바치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다. 수매 있기 전날 담배를 모두 싣고 수매장으로 나가고 남자들은 모여 그곳에서 잔다. 그렇다고 밤을 꼬박 새워 담배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서로 모여 술을 나누며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내고 담배농사를 마무리하는 모처럼의 홀가분함을 즐기며 농사일에 얽힌 얘기들과 수매 예정가들을 쏟아논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바쁘다. 대접할 사람 대접도 해야 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좀 더 나은 등급을 받는 법, 다시 한번 손볼 곳이 없는지를 살핀다.
주일예배를 마쳤을 때 교우 한 분이 수매장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주일날이고 해서 엄두를 못냈는데 얘길 듣고 보니 가보고 싶었다. 담배수매 때문에 예배에 참석 못한 교우들도 있지 않은가.
가게에 들려 음료수를 사가지곤 수매를 하는 부론으로 나갔다. 커다란 천막이 쳐져 있는 부론교회옆 공터에는 수매하러 내 논 잎담배들이 수북수북 높다랗게 쌓여 있었다.
막 단강리 수매가 끝나고 있었다.
“아니, 목사님이 여길 다 웬일이세유” 사실 담배 수매장을 찾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목사가 담배 수매장을 찾아오다니 뭔가 이상하면서도 되게 반갑다.
수매가 끝나고 수매장에 나온 동네 사람 모두가 한 식당으로 가 밥을 말아 먹었다. 담배 등급 받은 얘기. 끊일 줄 모르는 끔찍한 사건 얘기, 점점 힘들어질 농사일 걱정, 식사를 끝내고서도 마을 사람들 얘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함께 앉아 오가는 얘길 들으며 마을 사람들 마음을 가깝게 마주한다. ‘현장’에서의 만남이란 그렇게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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