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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뻥 뚫린 지붕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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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18. 뻥 뚫린 지붕

 

땅거미가 깔려드는 저녁녘, 재성이 아빠와 새댁 아주머니네 집에 들렀습니다. 새댁 아주머니네 이야기를 듣고 재성 아빠도 무엇인가 도 움될 일을 찾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학교 앞 조그만 구멍가게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자 이내 기우뚱 기운 조그만 집, 새댁 아주머니네 집은 향나무와 앵두나무 뒤로 숨은 듯이 있었습니다.
기우뚱 집이 기운 것도 그랬고, 시커멓게 빠져 있는 스레트 지붕도 그랬습니다. 모두가 위태한 모습이었습니다. 스레트 두 장이 빠져 이가 빠진 것처럼 시커먼 구멍으로 지붕이 뻥 뚫려 있었습니다. 그 많은 비가 그리로 다 들어갈텐데 가뜩이나 기운 집이 그것도 흙벽돌 집이 그물을 어찌 견디나,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둑어둑한 방안엔 새댁 아주머니가 혼자 웅크리고 누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술을 들었는지 모릅니다. 때로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싫어, 어중뜨기 가난뱅이들은 죽자 살자 일하며 사는데 누군 팔자가 좋아 술이나 먹으며 산다고 새댁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럴 만도 한 일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새댁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런 이유 때문에 난 새댁 아주머니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또한 한가한 일이라고 탓을 한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뻥 뚫려 비가 그대로 새는 지붕과 기울대로 기운 벽. 그보다 앞설 이유가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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