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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나사로 개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2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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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28. 나사로 개


작실로 올라가는 산모퉁이에는 동네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장이 있고 쓰레기장에는 개 한 마리가 산다. 비루먹어 버림받은 개다. 털이 거의 빠지고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생긴 흉한 헌디가 몸에 가득하다. 얼굴까지도 그래 보기가 여간 흉한게 아니다.
강아지 때부터 그런 병이 들어 준이네가 상자에 담아 작실 개울가에 갔다 버렸는데, 그래도 용케 살아남아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누구하나 밥 주는 이 없고, 재워주는 이 없는데 쓰레기통을 뒤져 먹기도 하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자기도 하고. 그러기를 몸이 제법 크도록 지금까지 살고 있다.
가끔씩은 동네로 들어와 먹을걸 찾기도 하는데 사람들 눈에 띄었다간 혼나기 일쑤라 그중 가까운 교회를 자주 찾아오곤 한다.
불쌍한지라 이따금씩은 아내가 음식 남은걸 그릇에 담아 주기도 하고 야박하게 쫓지도 않고 하니 그중 그 버림받은 개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교회밖에 없는 셈이 되었다.
그러나 다 그런 건 아니다. 보기만 하면 나는 그 개를 쫓아낸다. 비가 오거나 추운날은 어슬렁어슬렁 쓰레기장에서 나와 교회 개장 속에 지가 들어가 자는데, 그러면 쫓겨난 강아지는 밖에서 자든지 아니면 함께 껴 자든지 해야되는데 악취와 병, 얼마 전에는 키우던 강아지가 시름시름 앓더니 죽고 말았다.
그게 꼭 그 비루먹은 개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개가 전혀 무관하다고는 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혹 아이들 놀다간 놀이방에 문이 열려 있으면 언젠지 모르게 들어가 깔아놓은 카펫위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데 그러면 다음날 소독해야하고 빨래해야 하는 등 난리를 피워야 하니 여러 가지로 여간 싫은 게 아니다.
혹 아이들에게 병을 옮기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보기만 하면 쫓아내니까 이젠 아예 나만 보면 슬금슬금 도망을 친다. 되게 야단을 쳐도 뛰는 법이 없다. 뛰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뛸줄도 모른다. 그저 터덜터덜 돌아갈 뿐이다.
싫기는 매한가지면서 불쌍함 때문에 아내는 이따금씩 먹을걸 따로 남긴다. 그 개를 ‘나사로 개’라 부르며.
한없이 흉하고 한없이 불쌍한 버림받은 개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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