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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89. 더위와 추위
왠일인지 날이 가을날씨다.
여름 한복판. 불볕더위 가마솥이어야 할 날씨가 몇날 며칠을 계속 선선하다.
벼가 한창 패여야 할 때인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일이 다 있냐며 모두가 의아해 한다. 두려움이 맘속으로 쌓인다.
이런 일로라도 농사를 경시하는 못된 풍조가 깨졌으면, 이런 일의 결과가 얼마나 힘든지를 짐작하면서도 맘속으로는 은근히 삐뚜름한 심사 하나가 자란다.
더울 땐 더위야 하는 법, 매운 추위를 맛보아야 꽃이 피는 것처럼, 불볕더위를 지나야 열매가 맺히는 법,
생의 이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터. 용케 용케 더위와 추위를 가리는 얄팍한 마음으론 열매 맺지 못할터!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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