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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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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50. 보일러 기술자
안갑순 집사님네 심방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시작된 일철. 같이 하는 심방은 천상 밤에 할수 밖에 없다. 하루일 끝내고 젖은 솜처럼 무겁게 내려 앉는 몸이지만 심방길에 동행하는 교우들이 고맙다. 섬뜰의 몇분 집사님들과 함께 안집사님네가 있는 끝정자로 내려가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김을순 집사님이 보일러 얘기를 꺼냈다. 전날밤 보일러가 고장이 나 찬방에서 잤다는 것이었다. 아저씨도 부론 나가고 없어 혼자서 자야 했는데 불마져 없어 추워 혼났다는 얘기였다.
오는 길에 김을순 집사님네를 들렸다. 후레쉬를 가지고 광으로 갔다. 집사님네는 얼마 전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바꿨다. 보일러에 대해 뭘 알까만 그런대로 둘러보니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온도 조절장치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스윗치가 잘못 눌려 있었다.
집사님네 보일러는 마당쇠 보일러였고 온도조절기능엔 전원, 온돌. 취침. 외출, 급탕이 있어 불을 때려면 온돌 스윗치를 눌러야 되는데 전원 스윗치가 눌려 있는 상태였다.
기름보일러를 처음 대하는 데다가 글눈마저 어두워 집사님은 온도 조절장치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온돌 스윗치를 누르니 이내 보일러가 돌기 시작했다.
집사님이 신기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얼마 후 집사님이 다시 찾아오셨다. 보일러가 또 안된다는 것이었다. 내려가 보니 역시 간단 한 문제였다. 보일러가 돌아 온도가 올라가니 저절로 꺼진 상태였다 온도조절이 <강><표준><약> 세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눈금이 <약> 부분에 맞춰 있었다. 눈금을 (표준)쪽으로 올리니 다시 보일러가 돌기 시작, 보일러는 또다시 고쳐졌다. "목사님 기술자시네요" 집사님이 거듭거듭 칭찬을 했다.
그 단순한 일에 그처럼 애를 먹고, 그 단순한 조처에 기술자가 되고, 도무지 풀길 모르겠는 이 땅의 하많은 문제들, 그처럼 쉬운 조처는 아니더라도 왠만한 방책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오는 걸음걸음 생각이 많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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