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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06.큰품
한 스님의 죽음과 그가 남긴 삶이 사람들 가슴속에 일으키는 잔잔한, 아니 굵직한 파문을 본다.
한 사람의 떠남이 이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지 싶다.
스님은 무소유와 무 집착, 그것이 얼마나 힘 있는 모습인지 한 스님은 자기를 비움으로 다시 한 번 가르친다.
가장 낮은 조용함으로 가장 우렁찬 가르침을 남겨 비로소 조용함의 크기를, 조급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빈약함을 확인시킨다.
그를 향한 끝없는 추모인파와 경건하게 옷깃 여미는 마음들, 그렇다. 사람들은 큰품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자신을 텅 텅 비워낸 허허로운 품을, 거기서 바람처럼 선선하게 들려오는 한 두 마디 깨어있는 말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결코 요란함이 아니었다.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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