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509.촌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509. 촌놈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주머니들이 교회 마당에서 흙투성이 되어 놀던 규민이를 보더니 “어휴, 너도 촌에서 사니 별수 없구나!”
하며 한 마디씩 합니다. 마당에서 놀던 규민이는 사람이 지나가면 그게 반가운지 꾸벅 말도 없이 인사를 하든지 손을 흔들어 대든지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규민이 꼴이 영락없는 촌놈입니다.얼굴이며 손에 흙이 잔뜩 묻었고 신은 어디다 벗어버린 건지면 맨발입니다. 헐렁한 옷차림과 밤송이 같은 머리가 그런 모습 하고 잘 맞아 떨어져 시골에서 막 자라는 촌티가 벨대로 배었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아주머니들의 웃음속엔 왠지 모를 반가움과 편안함이 담겨 있습니다. 다르지 않다는, 흘러가는 시간 속 결국은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반가움과 안도감에 가까운 편안함이 말과 표정 속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런 아주머니들의 말을 나 또한 편히 받습니다. 속마음에 어쨌든 겉 표정이 다르지 않는 삶을 산다는 건, 함께사는 삶을 위해 필요하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문득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빈센트가 젊은 시절 탄광촌에서 목회를 할 때 아무리 외쳐도 무표정이던 사람들이 어느날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얘기를 듣길래 웬일일까 놀랐는데,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면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버려진 탄을 줍느라 시커매진 얼굴로, 시커먼 줄도 모르고 단에 섰던 것입니다. 시커먼 얼굴이 되어 전하는 빈센트의 말을 광부들은, 시커먼 얼굴의 사람들은 비로소 눈여겨 들었던 것입니다. 
겉모습도 모습이지만 중요한 건 마음까지 일 텐데, 아직도 가 닿지 못한 삶의 한자리를 아득히 느끼게 된 저녁이었습니다. (19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2 한희철 239.덩달아 죽은 해바라기 한희철 2002-01-02 4394
631 한희철 1520. 지경 다지기 한희철 2002-01-02 4394
630 한희철 193.대견스러운 승혜 한희철 2002-01-02 4395
629 한희철 582.딱한 행차 한희철 2002-01-02 4395
628 한희철 1336. 어느날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5
627 한희철 1071. 근래에 있었던 우울한 일 두 가지 한희철 2002-01-02 4395
626 한희철 966. 학래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5
625 한희철 812.눈물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5
624 한희철 370. 광철씨 한희철 2002-01-02 4395
623 이현주 종교인의 길 이현주 2010-01-17 4396
622 한희철 674.날 한희철 2002-01-02 4396
621 한희철 1337. 어느날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6
620 한희철 525.눈 비비는 소 한희철 2002-01-02 4396
619 한희철 567.가을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6
» 한희철 509.촌놈 한희철 2002-01-02 4396
617 한희철 1321. 다신 안 한다 한희철 2002-01-02 4396
616 한희철 921. 어이없는 삶 한희철 2002-01-02 4396
615 한희철 432.할머니의 바램 한희철 2002-01-02 4396
614 한희철 52.농사꾼 국회의원 한희철 2002-01-02 4396
613 한희철 762.산수유 한희철 2002-01-02 4396
612 한희철 702.너희들 앞에서 한희철 2002-01-02 4396
611 한희철 130.열흘간의 휴직계 한희철 2002-01-02 4396
610 한희철 219.허울 좋은 사랑, 거짓 명분 한희철 2002-01-02 4397
609 한희철 296.절도 교회도 다 그만두겠다고 한희철 2002-01-02 4397
608 한희철 744.봄(3) 한희철 2002-01-02 4397
607 한희철 346.성탄 선물 한희철 2002-01-02 4397
606 한희철 329.기도하며 일하라고 한희철 2002-01-02 4397
605 한희철 251.가난한 땅에서 드리는 감사 한희철 2002-01-02 4397
604 한희철 497.파스 한희철 2002-01-02 4397
603 한희철 472.제비집 한희철 2002-01-02 4397
602 한희철 1356. 한식을 주시는 한희철 2002-01-02 4397
601 한희철 159.매미 울음 한희철 2002-01-02 4398
600 한희철 295.남철씨의 교회 사랑 한희철 2002-01-02 4398
599 한희철 620.이만치 비켜서서 한희철 2002-01-02 4398
598 한희철 576.어느날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