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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들어 좋을 욕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5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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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90.들어 좋을 욕


단강으로 들어오는 직행버스 안에서의 일입니다.
용암에서 한 아저씨가 탔는데 못보던 분이었습니다. 운전기사 바로 뒤에 앉은 그 아저씨는 기사분과 열심히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어진 얘기가 교회욕이었고 신자욕이었습니다.
거의 자리가 빈 버스인데다가 아저씨 목소리가 여간했던 탓에 일부러 귀 기울이지 않아도 그냥 애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욕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내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얘기를 듣고 있던 기사 아저씨가 욕을 해대는 아저씨의 말을 받았습니다. “아저씨는 어쩌다가 그렇게 하나님 하곤 못 사귀셨어요?”
난 뒤에서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그러나 욕을 해 댄 아저씨는 아저씨대로 욕을 할 만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병들어 몸져누웠는데도 간호는커녕 교회에 미쳐 남편 죽는 것도 몰랐던, 약 하나 제대로 안 쓰고 헌금은 물 쓰듯 바친 한 친척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억울하고 서럽게 죽은 이가 다름 아닌 그 아저씨의 형님이셨던 것입니다.
처음에 욕을 들을 때는 내릴 때에 “그래도 하나님은 계세요.”하고 내려, 욕을 한 아저씨의 가슴에 뭔가 생각거리를 드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욕한 사연을 듣고서는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빙긋, 서툰 미소로 아저씨를 바라봤을 뿐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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