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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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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6. 배려
문상씨.
작실 반장 일을 보고 있는 27살 청년이다.
어머니이신 김천복 할머니는 아직 철이 안 났다고 걱정이 많지만, 그는 열심히 농사도 짓고 반장 일도 보고 있다.
지나간 겨울까지만 해도 문상씨는 고민이 많았다. 한동안 도시에 살다 다시 돌아왔던 것인데, 다시 도시로 나가야 할지, 아니면 농사를 지어야 할지 선뜻 뜻을 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농촌의 답답함을 피해 도시로 나갔지만 답답한 건 도시라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도시에 삶의 뿌리를 내리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걸 흙 만지며 자라난 그가 모를 리 없으면서도, 젊은 꿈 심기에 농촌은 척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워했던 것이다.
그런 문상씨가 올해 작실 반장이 되었다.
어쩜 문상씨가 반장이 된 건 마을 분들의 배려일 수 있다.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한 젊음을 그렇게 고향에 남도록 도운 뜻 깊은 배려인지도 모른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산다는 건 어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지순한 기쁨일 수 있다. 늘상 바빠서 마음 못썼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너를 필요로 한다고, 마을 분들은 반장 일을 맡김으로 그에게 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문상씨가 지난 주 교회에 나왔다.
집에 들렸다 오랜만에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된 누님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어쩜 문상씨가 교회에 나온 건 그를 향한 하나님의 배려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으로 많은 비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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