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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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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8. 두 번째 성탄절
눈인 양 덮인 솜 사이로 깜빡깜빡 추리의 불빛은 은은하고도 아름답게 빛났다. 뱅뱅 성탄 소나무를 두른 은박과 금박의 각종 장식이 불빛에 반짝거렸다.
김천복 할머니가 사신 동백과, 안갑순 집사님이 솜으로 만든 장미 -어릴 적 일본 선생한테 배웠다는 장미는 솜으로 만들어 나무에 매단 것인데, 막 피어나는 것인 냥 속이 붉었다.-가 제단 양쪽에 놓였다.
붉은 카네이션과 노란 나리꽃이 점점이 하얀 안개꽃에 감싸여 아랫 제단에 놓여 제단이 온통 꽃이었다. 천장에 매단 장식과 어울려 성탄 전야의 예배당은 꽃과 불빛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석유를 가득 채우고 난로를 뜨겁게 땠다.
유아실에 보관하던 여유분의 방석을 모두 내어다 예배당에 깔았다.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는 건 예쁘게 화장을 하고 뒷머리를 땋아 올린 승혜만이 아니었다.
한분 한분 동네 어른들도 들어오셔 뒤쪽으로 자릴 잡았다. 어느덧 예배당은 아이들과 어른들로 꽉 찼다. 들뜬 기대 속에 예배를 마치고 드디어 2부 축하순서.
학생들의 수고로 제단이 횡하니 비었다.
제일 먼저 성경 암송. 꼬마들이 나와 줄을 선 후, 가운데 주환이의 말을 따라 인사를 한다. 부끄럽고 떨려 조그맣게, 딴 곳을 보며 한 사람 한 사람성경을 왼다.
대견스럽다. 끊기지 않고 끝까지 왼, 아이들을 통해 듣는 성탄에 대한 성구가 신선하다.
다음은 성탄 인사. 영국, 일본, 중국,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유대인, 북한, 우주인 등이 차례로 나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인사를 한다. 그대마다 터지는 웃음.
무용, 노래 등 순서 하나하나는 그렇게 웃음 속에서 이어져갔다. ‘왕자의 크리스마스’라는 어린이 연극. 노예역을 기꺼이 맡은 종하가 고맙다. 그는 인사를 할 때도 시커먼 아프리카 사람을 했다.
‘날개 달린 아저씨’ 동화를 한 정미.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제법 긴 동화를 막히지 않고 들려 줬다. 한쪽 구석에서 장난치던 정희도 두 눈을 깜빡이며 얘길 들었다.
촛불 밝히고 부른 합창 <언제나 멋진 화음을 넣을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학생부에서 준비한 ‘사랑이 깃든 곳’이라는 연극. 기말고사를 앞두고 짧은 시간 어렵게 준비했지만, 대본을 든 상희의 도움을 받으며 그래도 잘 소화해 냈다.
유난히 많은 대사를 외느라 박노인 역을 맡은 종근이가 혼났다. 극중 난로 위에서 끓던 라면은 순서 모두 끝난 후, 승호의 저녁 간식이 됐다.
그렇게 아쉬운 순서가 끝난 후, 모두 둘러앉아 나눈 음식들. 각 속에서 정성껏 준비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과 김치국, 사과와 귤이 푸짐이 돌려졌다. 교회를 찾은 동네 분들을 대접하는 교인들의 손길은 분주하고도 기쁨에 넘쳤다.
추리 앞 한데 어울려 사진을 찍고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작은 마을 단강에서의 두 번째 성탄절. 곱다란 기쁨이기를, 어른이건 어린이건 모두에게 곱다란 기쁨이기를, 별빛처럼, 불빛처럼, 꽃처럼.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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