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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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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4.무심한 전도사
“쿵탕쿵탕” 예배당 안에서 뛰는 소리가 나 들어가 보니 아이들이 가득하다. 종설이, 정희, 승학이 등 사내 녀석들은 서로 붙잡고 레스링인지 씨름인지를 하고 있었고, 여자 아이들은 서넛은 올겐, 다른 아이들은 옹기종기 책을 꺼내 읽고 있었다.
못 보던 아이들도 있어 누구냐 물으니 솔미에 산다 한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아이들이 교회에 들러 재미난(?)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어둡지 싶어 커튼을 걷게 하고 둘러앉았다.
아이들은 자주 교회에 온다.
예배를 드리러도 오지만, 풍금을 치러도, 숙제를 하러도, 많은 경우는 놀러 온다. 은희와 경림이는 이제 제법 풍금을 잘 친다. 동요 몇 개와 복음성가 몇 개는 악보 없이도 칠 줄 안다.
이따금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어 들어가 보면 방석 깔고 나란히 누운 아이들이 숙제를 하곤 한다. 장난을 쳐가며.
낮에 놀러오는 아이들은 대개가 꼬마들이다. 엄마 아빠 일 나가고, 언니 오빠들 학교가면 서너명 꼬마들은 양지께로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그러다 싫증나면 교회로 오는 것이다.
쿵당쿵당 교회 마루는 뛰어놀기 좋다. 제단이 있어 숨기도 좋고, 음은 몰라도 올갠 건반 몇 갤 두드려볼 수도 있다. 그렇게 아이들이 한 차례 다녀가고 나면, 교회 마루엔 아이들 발자국 하얗게 가득하다.
아직 빈 칸이 남아 있지만, 교회 안에 있는 책장엔 백여권의 책이 꽂혀 있다. 위인전, 아동 문학 전집, 성경 이야기, 동시집, 동화집, 칼라백과사전 등, 몇 분 정성스런 손길 덕분이다.
대개는 뛰어 놀고 가지만, 더러는 책을 꺼내 읽는다. 예배당 벽에 기대앉아읽기도, 예배당 들어서는 계단에 앉아 읽기도 한다. 더 많은 책을 모아 책장을 채우고, 책장을 늘려 마음껏 마음껏 아이들이 책을 읽었음 좋겠다.
아이들 높이에 알맞은 앉은뱅이 책상을 쭉 마련해 책도 읽고 숙제도 바른 자세로 할 수 있었음 좋겠다. 일년에 한두번 쯤 독후감을 모집해 좋은 책을 선물로 주었음 좋겠다.
<얘들아 언제라도 들려 책을 읽으렴> 성급한 줄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나눠 줄 안내 문구를 머릿속으로 궁리해 보기도 한다. 마당엔 몇 개 놀이기구도 만들면 좋겠다. 제미도 있고 몸도 튼튼해 질.
좋을 게 많아 좋다만, 바쁜 철 청소하기 힘든 교인들 눈에 난 영 무심한 전도사다. 야단도 못 치고, 문도 못 걸어 잠그니.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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