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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73. 동네 방송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동네 스피커가 요란하게 켜지더니 이미자의 노래가 한동안 울려 퍼진다. 동네 방송을 위한 준비다. 무슨 일일까, 귀를 기울였더니 요란한 노래 소리가 잦아들며 방송이 시작된다.
“섬뜰 주민 여러분에게 알려 드립니다. 오늘 저녁에 부녀회장님댁에서 부녀회의가 있다 하오니 저녁 식사 마치는 대로 부녀회장님 댁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하며 똑같은 내용의 방송이 다시 한번 반복되었다.
동네 방송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재미가 있다. 반장님 댁에 앰프 시설을 갖춰 놓고 동네에 필요한 소식을 방송으로 알리는 일이 그러하다. 한동안 뒷동산에 매달려 있던 스피커를 이태 전인가 은경이네 안에 쇠기둥을 세우고 그리로 옮겨 달았다.
일일이 집집이 연락을 안 해도 방송 한번이면 동네 소식을 한번에 전하게 된다. 방송전에 나오는 음악소리도 재미있다. 동네에 알릴 일이 있으면 방송을 하는데 방송을 하기 전엔 어김없이 흘러간 옛노래가 울려 퍼진다.
옛노래가 울려 퍼지는 일은 이래 곧 동네 방송이 시작될 것이니 귀를 기울이시오 하는 표시인 셈이다.
모이는 일도 재미있다. 누구네 생일이니 식사하러 오시라는 방송이 그중 많고, 비료 나왔으니 타가라, 영농자금 나와서 회의를 갖는다 등등 사연도 다양하다.
모이는 시간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가. 몇시까지 모이라는 엄격함도 사정이 있든 없든 늦으면 안 된다는 야박함도 없다. 그저 저녁 먹는대로 모이면 되는 것이다. 일찍 먹는 사람은 일찍 늦게 먹는 사람은 좀 늦게, 그렇다고 회의가 지장 받는 것도 아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서로 둘러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그러다 보면 하나둘 모여 어느새 다 모이고, 그러면 되는 것이다.
흘러간 옛노래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면 ‘이번에 무슨 노랜가?’ ‘무슨 소식일까?’ 궁금해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게 동네 방송이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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