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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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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79. 믿음의 전우(戰友)
이규성, 어느 주일 저녁, 부인과 함께 불쑥 단강을 찾아온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이규성이었다. 얼굴 모습이 여전하여 지난날을 얘기하지 않아도 대번 그를 알아볼 수가 있었다.
빛고을 광주하고도 송정리, 거기서 또 한잠을 들어가야 하는 평동 이른바 산적부대, 그는 그곳에서 나와 함께 군 생활을 한 군동기다.
그는 본부포대 인사과에 나는 브라보 포대에 있었지만, 본부 인사과는 브라보 포대 윗층에 있었다. 당시 군종으로 일했던 나는 군종업무 관계로 일주일에 한번 광주시내를 나가야 했는데 외출할 때 필요한 공용증을 이규성 바로 그가 끊어주곤 했다.
군에서 제대한지 꼭 12년만에 그동안 아무 소식도 모르던 그가 불쑥 단강을 찾아온 것이었다. 군시절 특별하게 가까이 지낸 사이가 아닌지라 제대 후의 뒷소식이 궁금했던 처지도 아닌 그였다.
그가 단강을 찾아온 것은 뜻밖이었지만 그가 교회에 열심히 다닌다 말도 내겐 뜻밖이었다. 그의 고백대로 그는 군생활을 할때 독실 한 불교신자였었다. 어렴풋한 기억을 정리해보면 독실했다기보단 고집 센 불교신자였다.
부대 내에 교회밖에 없는 것을 불만하여 상무대로 불공드리러 가는 일에 앞장을 섰고 내무반 방송을 통해 주일과 수요일 저녁 5분 설교를 방송하는 것을 못마땅히 여겨 설법 테이프를 구해오기도 했던 그였다.
그땐 철이 없어 그랬다고 했지만 난 사실 그때 그의 모습이 결코 싫지는 않았었다. 자기믿음에 충실하려 했던 모습이 아닌가.
그랬던 그가, 까마득히 잊혀질 뻔했던 그가 까 10여년만에 크리스찬이 되어, 그것도 뜨거운 믿음을 가진 집사가 되어 불쑥 찾아들다니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잡지에 실린 단강이야기와 낯익은 이름을 접하고 잡지사에 연락을 해 내가 있는 곳을 알았다 했다.
늦게까지 밀린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농촌목회 힘들지?” 하며 안스럽게 일어났다.
그로부터 며칠 뒤, 어둠이 다 내린 시간에 그가 다시 단강을 찾았다. 이것저것을 펼쳐 놓는데 보니 수지침과 침과 관련된 책과 도구들이다. 농촌에서 급할 때 쓰면 좋을 것 같아 구했다며 그는 직접 침을 놔가며 수지침을 가르쳐 주었다.
이내 밤이 깊었다. 그 늦은 시간 그는 자기 집이 있는 안산으로 돌아갔다. 개인사업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처지였다.
다시 한번 믿음의 전우(?友)로 만나게 된 이규성, 늦은 밤 넉넉한 웃음으로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이 그렇게 미더울 수가 없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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