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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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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24. 염치
작실교회가 입당예배를 드린다고 초대장을 보내왔다. 몇몇 교우들은 그때 참석할 거냐며 은근히 의중을 물어왔다. 불편한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참석할 마음이 없었다.
참석하는 마음이야 당연히 기쁨으로 축하하는 마음이어야 할텐데. 도무지 그럴 마음이 없었다.
때마침 동부연회, 원주에서 삼일동안의 회의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아침나절 책상에 앉아 다시 한번 그 생각에 사로잡혔다. 많은 시간 무시하려 하면서도 불쑥 불쑥 솟곤 하는 혼란스러움을 어쩔 수 없다.
이 조그마한 마을에 또 하나의 교회를 굳이 세우는 뜻은 무엇일까. 혹 내가 깨닫지 못한 그분의 뜻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열심있되 방향감각이 부족한 이의 미련스런 고집을 어찌 주변 목회자들이 별 뜻 없이 따라주는 것인지 또 한번 속이 상했고 화가 났다.
망설이다 종이 박스 한쪽 면을 잘라 마음속에 쌓인 글씨를 적었다.
廉恥
일부러 작은 종이에 작게 글씨를 썼다. 누런 각딱지에 아무렇게나 쓴 글씨를 작실로 올라가는 길옆 교회 향나무에 압정으로 꽂아 놓고 시내로 갔다.
눈 있는 자 보겠지.
남 좋은날 廉恥 없게도.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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