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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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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97. 전화
가끔씩 걸려오는 전화가 있습니다. 떠나간 교우들로부터의 전화입니다.
청주 근교 내수로 떠난 신동희 집사님은 막내아들 병관이를 데리고 식당일을 해가며 살고 있습니다. 전화를 걸어선 깔깔, 여전히 헤픈 웃음이지만 웃음 끝엔 늘 아픔이 배어납니다.
부론에서 문막으로, 문막에서 다시 원주로 떠난 최일용 성도님도 이따금씩 전화를 합니다. 최일용 성도님도 식당에서 일을 합니다. 하나님이 보살펴 주셔서 잘살고 있다고 언제나 대답은 너끈하지만 그분 가슴에 고인 눈물 응어리를 난 압니다. 최일용 성도님이 되짚어내는 단강에서의 지난 시간엔 그리움과 회한이 짙게 어려있 습니다. 하기야 당신 사랑방에서 단강교회가 시작되었으니 어찌 그 일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사모님이 처녀적에 우리방에서 잠을 잤지유.” 결혼 전 단강에 들린 아내는 최일용 성도님 집에서 잠을 잤습니다. 고운 이불 꺼내 아랫목 사모님을 재웠던 기억을 최일용 성도님은 가슴속 깊이 그윽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부현이도 이따금씩 전화를 합니다. 원주 전문대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는 부현이, 전화를 걸어선 몇가지 고향소식을 묻고 마음 속 이런 저런 생각도 꺼내봅니다.
얼마 전엔 박동진씨가 전화를 했습니다. 이삿짐 싣고 굵은 눈물로 마을을 떠났던 박동진씨, 한해를 보내며 떠난 고향 생각나 전화를 건 박동진씨의 목소리는 술 때문인지 흔들리고 떨렸습니다. 아저씨의 뒤를 이어 전화를 바꾼 설 집사님, 잘 계시냔 말에도, 안산에 나간 상희 또한 잘 있느냐는 말에도 그분의 대답은 그냥 “네” 일 뿐이었습니다. 힘없는 짧은 대답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따금씩 걸려오는 떠난이들의 전화. 그냥 했다고, 그냥 목소리나 듣고 싶어서 했다지만 그냥은 받을 수 없는 전화, 전화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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