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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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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66.따뜻한 사랑이 스러지는 생명을 일으키고
밤늦게 온 전화, 고성에서 목회하는 친구 최경철 전도사였다.
고성에 사는 한 어린이가 다음날 원주 기독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피가 모자라니 헌혈할 사람을 구해달라는 전화였다. 필요로 하는 피는 O오형으로 남자 피만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사정이야 딱한 노릇이지만 O오형의 남자, 그것도 열 명을 한나절에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암담했다.
다음 날, 한참을 망설이다 한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헌혈을 부탁하는 것이 못할 일을 하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한 생명을 구하는 일, 미안함을 누르고 전화를 드렸다. 그러나 아뿔사. 마침 그날이 고등학교 입시 전날, 수험생들의 임시 소집일 이었다. 학교 학생들은 일찍 집으로 돌아갔고 남아있는 학생은 1학년뿐인데 1학년은 헌혈할 나이가 규정에 미달된다는, 선생님의 안타까운 대답이었다.
그러나 곧 다시 걸려온 전화, 마침 교실에 남아 청소하던 O오형을 가진 2학년 남학생 두명이 헌혈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몇 군데 전화를 걸고 있는데 마침 아는 청년이 올라왔다. 대뜸 혈액형을 물었고 마침 O오형이었다. 얘길 듣더니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시간 약속을 했다.
태자 아저씨를 만난 건 길거리 도로에서였다. 맞은편에서 커다랗게 부르는 소리가 나 바라보니 아저씨였다. 얘길 들었다고 하시며 아저씨는 필요한 혈액형을 물었다. O오형이라 대답하자 기다렸다는 듯 나도 O오형이라며 기뻐하셨다. ‘약주 좋아하셔서 안 될 것’이라는 농반 진반 얘기를 뒤로 하고 곧 병원으로 가겠다며 아저씬 이내 사라졌다.
병원에서 만난 서지방청년연합회 회장인 조병국은 제 근무했던 군에 연락을 하고 아는 직원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서둘러 달려온 태자 아저씬 헌혈을 위한 검사에서 퇴짜를 당했다. 혈압이 높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헌혈을 위한 결함 사항 없이 지냈다며, 뛰어와 그럴 수도 있으니 좀 쉰 두 다시 재보자 했지만 역시 혈압에서 걸렸다. 괜히 수선만 피웠다며 미안한 표정.
그러나 그 모습은 고맙고 아름다웠다. 헌혈실 의자에 앉아 마주보는 서로의 모습 모두가 그랬다.
‘따뜻한 사랑이 스러지는 생명을 일으키고’
청소하다 달려온 학생들의 걸음이 귀해, 책을 사 전하며 책머리에 쓴 대로, 스러지는 생명을 일으켜 세울 것은 따뜻한 사랑밖에 없었다.
그렇다.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우리 삶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금년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 그러나 어둠 깔리는 저녁 병원 문을 나서는 마음은 훈훈하기만 했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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