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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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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18. 담
교회와 승학이네는 담 하나 사이로 이웃입니다.
승학이네가 담벼락 아래 몇 개 꽃나무와 호박을 심었습니다. 쑥 쑥 순을 뻗으며 키가 큰 호박 넝쿨이 어느새 담을 넘어 교회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느 날 승학이 엄마가 말했습니다. “담 넘어 간 건 목사님네 것이니 호박 열리거든 따 잡수세요.”
김영옥 속장님네와 김을순 집사님네도 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갑니다. 김영옥 속장님네 마당 담쪽으로 커다란 포도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제법 포도가 실하게 열리는 포도나무는 해마다 가질 뻗어 지붕 위로도 제법 기어올랐고, 담넘어 김을순 집사님네 쪽으로도 제법 넓게 퍼졌습니다.
담 넘어 열린 포도는 김을순 집사님네 몫입니다. 내가 심은 호박이니 어디 열리건 내 것이라는, 우리 마당의 나무니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는 모두 내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혹 어떨지 모르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최소한 담을 둘렀을 뿐 함께 나누는 삶을 담이 막진 못합니다.
단강의 담은 이미 담이 아닙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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