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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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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76.에파타!
허석분 할머니의 자리는 늘 지집사님의 곁입니다. 지집사님이 먼저 온 경우엔 할머니가 그 곁에 앉으시고, 할머니가 먼저 온 경우엔 지집사님이 그 곁에 앉으십니다. 짝꿍인 듯 예배시간엔 그렇게 두 분이 나란히 앉으십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허석분 할머니가 작년까지 교회를 찾지 못했던 건 글을 모르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글도 모르는데 나가 무엇 하느냐고 한동안 할머니는 거절을 했습니다.
새벽마다 잠자리 곁으로 돌려온 새벽 종소리에 마음이 끌려 예배당을 찾은 것은 할머니가 교회에 다니시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배시간에 할머니는 두 손 앞으로 모으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만 계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얼마 전부터 용기를 내셨습니다. 전혀 글을 몰랐던 분들이 교회에 다니면서 글을 깨우치게 되었다는 얘기를 몇 분 교우들로부터 부럽게 들으셨던 것입니다. 그러기에는 할머니 스스로 72세의 나이가 걸리기는 했지만 한번 해보기로 용기를 내신 것입니다.
“찬송가 몇 장입니다.” 하면 지집사님은 얼른 할머니 것부터 찾아 드립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찬송을 부르면 한자 한자 손으로 가사를 짚어갑니다. 총기가 많으신 분이라 금방 배우실 수 있을 거라고 용기도 드립니다.
며칠 전엔 원주 시내에 나가는 길에 시장에 들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보는 낱말 카드집을 한권 샀습니다. 그림과 함께 단어가 큰 글씨로 써있고 뒷면에 네모 칸을 쳐 앞에서 배운 단어를 응용하도록 되어 있는 카드입니다.
같이 교회에 다니시며 같은 아랫작실 마을에 사시는, 역시 홀로 지내시는 김천복, 윤연섭 할머니께 조금만 배우시면 할머니는 금새 글을 깨치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이들처럼 읽지 못해 아쉬움으로 티브이 위에 놓아둔, 할머니 얘기도 담겨있는 책 ‘내가 선 이곳은’도 읽으실 수 있고, 예배시간에 옆에 집사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찬송이며 성경이며를 혼자서도 찾으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할머니껜 또 하나의 세상이 열리는 셈이 되겠지요.
지집사님과 나란히 앉아 예배를 드리시는 할머니를 뵐 때마다 마음 속 그리운 음성이 있습니다.
“에파타!”하셨던 주님의 음성입니다. 막힌 귀와 굳어진 혀를 열게 한 ‘에파타’ 다시한번 그 음성이 절실해 지는 것입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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