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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반가운 편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5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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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85.반가운 편지


숙제장을 한 장 뜯었을까.
칸이 넓은 누런 빛 종이에 굵은 연필의 글씨였다.
서너 줄, 맞춤법이 틀린 서툰 글이었지만, 그 짧은 편지가 우리에게 전해준 기쁨과 위로는 너무나 컸다.
잘 있노라는, 주민등록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마 초등학교에 다니는 주인 아들이 썼음직한 편지였다. 서울로 갔다가 소식 끊긴 지 꼭 한 달, 한 달 만에 박남철 청년이 잘 있다는 편지가 온 것이다. 있는 곳은 경기도 파주였다.
그동안 낙심치 말고 기도하자 했지만, 모두의 마음 속엔 어두운 예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살아있다라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을 보면, 어두운 예감이 어디까지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
서둘러 답장을 썼다.
이번 주엔 아버지 박종구씨가 파주를 다녀오기로 했다. 아버지를 따라 남철씨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불행한 삶이라면, 그나마 고향에서 아는 이웃들과 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싶다.
엄마만 살았어도 -지난번 갑상선으로 돌아가신 변정림씨가 남철씨 어머니이다 - 그렇게 아들을 내보내진 않았을 거라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허석분 할머니는 편지가 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역시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고맙네유. 새벽마다 할 줄 두 모르는 기도를 하면서 그래도 하나님이 지켜달라구 기도했는데 그 기도를 들어 주셨나 봐유.”
 사회가, 사람이 아주 악하지 만은 않다는 작은 신뢰감이, 팔자걸음 히죽 웃는 남철씨 모습과 함께 마음에 담긴다.(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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