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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70.무모한 명분
허전함과, 괴로움과, 두려움.
언제부터인지 그런 감정들이 서로 뒤섞여 가슴 한 켠 거친 또아리를 틀고 신기하게 날 거기 잡아넣는다.
애써 아닌 척 하지만, 그걸 알 때 마다 가슴이 눌린다.
함께 사는 이들.
속살 보듯 뻔히 뵈는 아픔, 설움, 거짓을 두고 난 그저 무력할 뿐.
그게 두려워 괴로워 모른 척 하고,
모른 척 하는 날 편히 받지 못하고
또한 바람처럼 쉽게 헐값으로 회자되기도 하는 가벼움.
정말 내 삶은 어디에 소용 닿는 것인지.
견딘다는 건 무모한 명분 아닌지.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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