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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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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5.화장실의 꽃
친구 헌영과 함께 여주에 갔다가 김성호 목사님과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다. ‘목회자 학교’가 열리고 있었는데. 강사로 오신 한신대 정태기 교수님과 식사를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좋은 얘기들을 들으며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 화장실에 들렸다. 음식점 안에 있는 화장실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화장실이 눈에 띄게 깨끗했다. 변기통 위 마다엔 한 송이씩의 국화꽃이 화병에 담겨 놓여 있었다.
화장실 안에 놓인 꽃.
한편 어색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은 화장실의 깨끗함이 그 꽃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물을 아껴 씁시다.’ ‘사용 후 물을 눌러 주세요.’ ‘침 뱉지 마시오.’ ‘꽁초나 휴지를 버리지 맙시다.’
대개는 변기통 마다엔 그런 말들이 쓰여 있기 마련이고, 그런 말을 비웃듯 변기가 누렇게 변했다든지, 아니면 변기통 아래에 담배꽁초, 껌 종이 등이 쌓여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아오던 터에, 꽃이 놓여있는 깨끗한 화장실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권유를 가장한 명령조의 말보다도, 지극히 일반적인 공중도덕률의 환기 보다도, 그저 아무 말 없이 변기통 위에 놓아둔 꽃은 더 친근한 호소력이 있었지 싶었다.
경직된 구호 보다도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더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의외의 것.
그게 어디 여주 한 음식점 화장실에 놓인 꽃 뿐이겠는가.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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