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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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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7.메주와 화로
이곳 단강에서 그래도 옛스러움을 잘 간직하고 있는 건 메주와 화로지 싶다. 왠만한 집에는 메주와 화로가 있다.
둥글 넙적한 메주가, 혹은 각진 메주가 집마다 매달려 있다. 벽 한쪽에 못을 박고서 나란히 매달아 두기도 하고, 방을 가로지른 시렁에 양쪽으로 매달아 두기도 했다.
그렇게 한겨울 메주를 말려 봄이 되면 간장과 된장을 담근다. 인공 간장, 된장 제법 많은 이 세상에 그래도 이곳에선 메주를 쑤고 그 메주로써 간장을 담그는 것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도 예부터 내려오는 그 맛
할머니와 엄마가 담궈 주시던 그 맛을 지키는 것이다.
화로 또한 각 가정의 겨울 풍경이다.
아궁이에 나무를 때고 그 불씨를 화로에 담아 방안에 둔다. 마실 오는 이웃들은 으레 화로를 중심으로 둘러앉기 마련이고 칡차, 대추차등도 화로에서 끓는다.
재뿐인 것 같아도 화저로 한번 저으면 빨간 불씨가 속에 살아있다. 재처럼 겉으론 허술하지만, 속마음엔 빨간 불씨 품은 화로의 그런 모습은 농민의 삶의 진면목을 잘 나타내는 것이지 싶다.
한 가지 물머리를 앓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불머리 또한 생각해 보면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지녀야 할 조심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무 나무 불씨나 담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떤 나무 불씨에서는 가스가 나오는 모양이다. 그 가스를 맡으면 머리가 아픈데 그걸 가리켜 이곳에선 ‘불머리 난다’고 한다.
고구마나 밤을 알맞게 익혀가며 나누는 정담들.
그렇게 화로는 이웃과는 만남을, 가슴 열린 얘기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옛부터 써오던 질화로는 얼마 안 남고 이젠 철로 만든 철화로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철화로도 사라지고, 사라진 화로와 함께 이웃과의 정 깊은 만남도, 얘기도 사라지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이 든다.(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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