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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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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0.할 말
“하나님 너무 하십니다.
그래도 살아 보려고 들에 나가 곡식을 심었는데, 어제 나가 보니 때 아닌 서리로 모두 절단 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먹을 게 없습니다.
이번 추석만 지내면 어디론가 나가야 되겠습니다.
식모라도 떠나야지요.”
새벽예배 기도를 하던 한 성도님이 울먹이며 기도를 했다. 그분의 기도는 늘 그런 식이다. 미사어구로 다듬어진 기도와는 거리가 멀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다 말할 뿐이다. 한여름 내내 비로 어렵게 하더니, 이제는 뜻하지 않은 서리로 농작물을 모두 말려 죽이다니, 두렵지만 하늘이 야속하다.
땅에 곡식 심고 그리곤 하늘 바라고 사는 사람들.
더도 덜도 없는 땅의 사람들.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지고 밤 사이 서리가 내린 것이 도시사람에겐 그저 얘깃거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생존과 관계된다. 식모로라도 떠나야겠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아찔함이 지난다. 기도가 끝난 후, 매일새벽 그랬듯이 요한복음을 읽었지만, 더듬 더듬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야곱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났던 예수의 이야기. 그리고 그분의 말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는 말은 오늘 기도한 분껜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어쩌겠냐고, 새벽예배 마치고 나오며 한 성도님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 뒤에 남아 있는 체념의 앙금, 그게 아리게 보인다.
-하나님
큰 잘 못 범하고도 떵떵거리며 사는 놈들 지천에 많은데 무엇 큰 잘못 했다고 흙과 함께 욕심 없이 사는 사람들 괴롭히십니까. 일찍 내린 서리 하나로 생계가 막힐 수도 있다는 것 아직 당신 모르시는 겁니까. 굽어 살피소서.
그래도 그분은 새벽예배에 빠지지 않으신다. 멀리 자식네 집에 다니러간 적 외에는 거의 빠진 적이 없다. 그렇게 하나님께 할 말이 많은 것이다.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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